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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세상에는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많을까?

아니다. 이 질문은 위선적이다. 나는 나에 대해 알고싶어 하지도 않는다.

피어오르는 감정과 생각들에 다른 감정과 생각들을 덧씌우고, 덮어놓고, 외면하다가 .. 그래. 그것은,

마치 아기가 열심히 그린 그림처럼 복잡한 선들로 수십겹이나 뒤엉킨 형체를 알 수 없는 덩어리다.

내 마음의 중심에는 그 덩어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마음을 보려하니 보이지 않는다.

가시덤불이 얽히고 설킨 그런 수풀이라면 헤쳐나갈 수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어떤 미지의 세계가 있을지 탐험하는 재미도 있겠지만 가시덤불이 아니라 수십년을 매마르게 덧칠한 칠흑같은 덩어리다.

문득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해보고자 들여봤더니 그것이 무겁게 자리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작은 균열이라도 낼 수 있을까.

하나의 매듭이라도 풀어 낼 수 있을까.

한꺼번에 치워버리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다.

불가능하다고 정해져 있다.

그 길만 걸어왔으니까.

어두컴컴한 도로 한 가운데를 걸어가고 있는데 사방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겨우 한치앞만 분간해서 걸어가고 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그런 것 아닌가?

아니다. 나도 시도해봤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미미한 생물이다.

이 사소한 인간의 위대함을 알아주십시오.

그렇게 빌고 있었는가.

아니다. 그런 욕심까지는 없다.. 라고 믿고 있다.

혹시 그것조차도 욕심인가?

더 바짝 엎드리고, 더 추하게 굴었어야 되는걸까.

추하게 굴 용기도 없는.

추할 수 있다는 건 추한 게 아니다.

그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사람이라는 증거니까.

그럼 나는 설마 신이 되려는건가(?)

그러니까 비웃음 받을만 하지 너 자신으로부터.

신이 아닌데 왜 완벽함(추구)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불완전하고 부족하고 때로는 추한 너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다. 신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게 아닌가.

나는 역시 인간이다. 고귀하고 싶은 인간이다.

조금이라도 고귀하게 살 방법을 찾는 게 빠를까, 조금이라도 추함을 드러낼 방법을 찾는 게 빠를까.

선택은 나에게 달렸으나 기한은 내 목숨에 달렸다.

인간은 당장 내일 운명도 알 수 없기에, 그 기한은 몇시간 뒤일수도 몇십년 뒤일수도 있다고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역시 한치앞을 못보는 인간이므로 자만하고 있다.

시간이 영원할 것처럼.

이미 젊음이 유한한 것을 느꼈는데도 시간은 한정없게 느껴진다.

나도 끝나가는 내 젊음이 아깝다. 그래도 운명이 계속 허락한다면 중년의 삶도 살아야 하고, 노년의 삶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묻는 질문에는 역시 답할 길이 없다. 그래서 하루살이처럼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루살이가 들으면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다 치워버릴 수도 없고, 어떤 것을 취할 수도 없는,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마는 생각들을 끄적여 본다. 내 마음의 덩어리를 느끼면서.

2023.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