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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모두가 잠들어 고요한, 이따금 울어대는 매미소리만 들려오는 캄캄한 방안에서 나는 천장을 떠돌아 다니고 있다.

그러나 자유로워 보이지 않고 어딘가 엉성하고 불안하게, 자의가 아닌 것처럼 둥둥 떠 있다.

내 표정만 해도 그렇다. 무언가에 잔뜩 억눌린 듯 구겨진 얼굴에서는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이 드러난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는가.

나는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

그런데 편하게 누워 있지도 못한다.

자석의 양극이 서로 밀어내기라도 하는 듯이 이리 가지도 저리 가지도 못한 채 왜 떠있기만 하는건지.

현관문이 활짝 열려있다.

마치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알려주는 신호처럼.

그런데 밖은 더 어두워보여서 그곳으로 가면 더 큰 공포의 흐름이 나를 질식시킬 것 같다.

그 공포의 실체는 모르겠지만 짐작컨대 공기만 닿아도 나는 자지러질 것이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대로 천장 위에 떠있기만 할 수도 없으니, 나의 자아는 몰리고 몰려서 더 이상 여유부릴 공간도 없이 압착되어 터져버리기 직전이었다.

손가락 하나, 눈썹 하나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비명이라도 시원하게 내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나의 세포들을 깨우고, 혈관을 확장시켜서라도 움직임을 만들어내야 한다.

소리없는 아우성을 내지르고 움직임없는 발버둥을 치다 순간 엄지 발가락 하나가 힘겹게 꿈틀거렸다.

그 사소한 움직임 하나에 용기를 얻은 듯 도약대로 삼아 힘을 쥐어 짜냈다.

뒤꿈치에서 무릎으로 그리고 명치로 그 기운을 뻗쳐나가는 그 때 어깨가 들리면서 번쩍 눈을 떴다.

심하게 밀려드는 공포감에 몸이 떨리고 숨이 막혔지만 여기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다시 그 일을 겪어야 하기에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치켜 뜨고 옆으로 돌아 누웠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몸 안을 지배했던 공포들을 내보내기 위해 계속 숨을 내쉬었다.

또 가위에 눌렸구나. 수십번을 겪어도 적응되지 않는.

2023.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