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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함

수학, 자연, 과학.. 나는 이과랑은 거리가 먼 인간이다.

아니 아예 담쌓고 지낸 인간이다.

그렇다고 문과에 어떤 재능이 있지도 않다.

그저 논리적인 사고력과 탐구력, 호기심이 극도로 적은 탓에(실은 지능도 부족한) 조금이라도 머리 굴리는 분야는 배제해왔다.

한때 단기 암기능력은 있었다.

그것도 어리기 때문에 혹은 생존본능에 의한 일순간의 몸부림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근래부터 이쪽에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며 책을 읽었다.

역시나 잘 읽히지 않는다.

뺐다 꽂았다만 하길 수십번.

요즘 갑작스레 다윈에 꽂혀 관련 책을 읽고 있다.

읽다보니 재밌다.

그리고 인간의 위대함을 느낀다.

동생의 고민이랄까, 인생의 한이랄까 그 깊은 절망감을 왜 느끼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고작 한권의 책으로 느낀다는 게 우습지만 나름 백지같은 인간으로서 흡수력이 좋다고 해두자.

인간이 밝혀놓은 수많은 과학적 사실들에 대해 읽으면서 내가 이것을 알고 머릿속에 담아두면 무슨 의미가 있지?

그것을 알고 죽는것과 모르고 죽는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지?

생각이 거기에 미치니 책의 저자가 부러워졌다.

이 사람은 이런 사실을 밝히거나 혹은 사람들에게 전해줬다.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학자로서 도움도 줬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온 이 사람은 죽을때 나보다 더 뿌듯하겠지?

살아가는 동안도 덜 심심하고 더 알차겠지?

위대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그저 기본적인 의식주만 채워주며 사는 이 삶은 얼마나 낭비적인가.

자아를 실현하고 싶은 욕구는 마치 자린고비가 천장에 굴비를 매달아놓은 듯 매달아놓고 이따금씩 올려다보며 한숨 지을 뿐이다.

그것을 밥상에 올려놓고 집어서 먹지 못하니 늘 허상으로 끝난다.

무엇으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요즘은 스스로 망상가를 자처하기도 한다.

그런다고 정신이 승리하지는 못하지만.

역시 나는 주워 담고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이다.

 

2023.08.22